퇴사까지 마쳤는데 마지막 월급이나 퇴직금, 연장·야간수당이 들어오지 않으면 막막해집니다. 회사에 연락해도 “이번 달에 줄게요”, “회사 사정이 안 좋아서 좀만 기다려 달라”는 말만 반복되면,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이 맞는지, 노동청에 신고하면 진짜 받을 수 있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체불임금은 법으로 강하게 보호되는 권리이고, 일정한 절차만 밟으면 상당수는 노동청 진정을 통해 해결됩니다. 다만 증거 정리와 시효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들거나, 아예 청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퇴사 후 체불임금 문제를 겪는 근로자를 위해, 1) 어떤 돈까지 체불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 2) 퇴사 후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3) 노동청 임금체불 진정은 어떻게 넣는지, 4) 진정 후 어떤 절차를 거쳐 실제 지급까지 이어지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합니다. 마지막에는 소멸시효와 자주 하는 실수까지 짚어드릴 테니, 끝까지 보시고 본인 상황에 바로 적용해 보세요.
주의 이 글은 2025년 11월 기준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로, 구체적인 사건은 관할 고용노동청(국번 없이 1350)이나 노무사·변호사와 상담을 권장합니다.
1. 퇴사 후 체불임금,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을까?
먼저 “어디까지 돈을 달라고 할 수 있나”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퇴사 후 체불임금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첫째, 마지막 월급 및 미지급 기본급입니다. 정해진 급여지급일에 지급되지 않은 임금은 전형적인 임금체불에 해당합니다. 둘째,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입니다. 근로기준법상 포함 대상이 되는 근로시간을 실제로 일했는데 수당을 전혀 주지 않았거나 일부만 준 경우도 체불임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입니다. 사용하지 못한 연차가 있고, 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 수당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회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 역시 체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넷째, 퇴직금입니다.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고, 퇴사 후 일정 기간이 지났는데 지급이 되지 않았다면 퇴직금 체불로 다툴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권리는 무기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채권은 3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며, 퇴직금을 받을 권리도 마찬가지로 3년 시효가 적용됩니다. 시효는 임금의 경우 각 지급일, 퇴직금은 퇴직일로부터 진행되므로 퇴사 후 오래 방치할수록 청구 가능한 금액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젠가 주겠지” 하고 기다리기보다는, 언제부터 어떤 임금이 밀려 있는지, 시효가 언제 끝나는지를 먼저 확인한 뒤, 그 범위 안에서 최대한 빨리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2. 체불임금 받는 첫 단계: 금액 계산과 증거 정리
노동청에 진정을 넣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얼마를, 무엇을 근거로 요구할 것인지 정리하는 것입니다. 근로감독관이 알아서 금액을 계산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인이 먼저 체불액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산출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모읍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1)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사내 인사규정 캡처본
2) 급여명세서, 연봉계약서, 인사발령 문서
3) 급여 이체 내역이 찍힌 통장 거래내역
4) 출퇴근 기록(지문기록, 근태 시스템 캡처, 엑셀, 수기 기록 등)
5) 휴가·연장근로 승인 메일, 메신저 대화 기록 등
다음으로 얼마가 밀려 있는지 항목별로 정리합니다. 마지막 월급 전액인지, 일부만 받은 것인지, 연장·야간수당은 어느 기간 동안 몇 시간을 일했는데 미지급인지, 연차수당은 며칠 분인지, 퇴직금은 계산상 얼마가 나오는지 등을 하나의 표나 메모로 정리해 두세요. 이렇게 정리해 두면, 나중에 근로감독관 조사 시 설명하기도 훨씬 수월합니다.
만약 급여명세서가 없거나, 회사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까요? 이 경우에도 실제 근로한 사실과 임금 수준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통장 입금내역, 근무 스케줄표, 출퇴근 카톡, 업무 지시 메일 등)을 가능한 한 많이 모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자료가 아니어도 된다”는 점입니다. 대신 시간 순서대로 체불 경위와 금액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리해 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야 노동청 진정서 작성도 한결 쉬워지고, 회사가 사실과 다르게 주장할 때 반박할 수 있습니다.
3. 회사에 먼저 정식으로 요구하기: 내용증명·기록 남기기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는 아니지만, 실무에서는 노동청 진정 전 회사에 한 번 정식으로 지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사정상 늦게 주는 것인지, 아예 줄 의사가 없는 것인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고, 나중에 “아무 요구도 없이 바로 신고했다”는 식의 공격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메일이나 문자, 메신저로 체불임금 지급을 요청하고, 날짜와 내용을 캡처해 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OO년 OO월 급여 및 퇴직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OO일까지 지급해 주시기 바랍니다.”처럼 구체적으로 금액과 지급기한을 적어 두면 좋습니다.
조금 더 확실하게 남기고 싶다면 우체국 내용증명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은 “언제, 어떤 내용을 발송했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제도라서, 나중에 소송이나 노동청 조사에서 “정식으로 지급을 요구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됩니다.
다만, 회사가 일방적으로 지급을 미루거나 연락을 회피한다면 계속 기다리기보다는 시효를 고려해 일정 시점에서 노동청 진정으로 넘어가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미 여러 차례 요구했는데도 지급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좋게 해결되길 기대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습니다.
4.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 넣는 법 (온라인·전화·방문)
이제 본격적으로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하는 절차를 살펴보겠습니다. 체불임금 해결에 관한 공식 안내는 고용노동부 노동포털 및 민원마당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어디에 신고하나요?
임금체불 진정은 원칙적으로 사업장 소재지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합니다. 본사 주소와 실제 근무지가 다르다면 일반적으로 실제 근무지 관할 노동청이 기준이 됩니다. 관할 관서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지방관서 찾기’ 메뉴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어떻게 접수하나요?
진정서를 제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1) 온라인 신고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 민원마당 또는 e-고객센터 → 민원신청(또는 서식민원신청) → “진정서(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기타 노동법 위반)” 메뉴를 통해 임금체불 진정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할 수 있습니다.
2) 방문 신고 사업장 관할 고용노동지청 고객지원실을 방문해 상담 후 진정서를 작성·제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초안을 미리 작성해 가져가면 더 수월합니다.
3) 우편·팩스 신고 관할 지청으로 진정서를 우편이나 팩스로 보내는 방법도 허용됩니다. 다만 상담을 직접 받기 어렵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온라인으로 제출할 경우 공인인증, 간편인증 등 로그인이 필요할 수 있고, 진정서에는 체불 기간, 체불 금액, 사업장 정보, 근로형태, 퇴사일, 요구사항 등을 적게 됩니다. 이때 앞에서 정리한 증거 자료를 파일로 첨부하면 조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3) 처리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근로감독관집무규정에 따르면 진정사건은 접수한 날로부터 25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고, 필요시 1회에 한해 그 범위 내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사건 난이도, 관할청 업무량 등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지만, 통상 몇 주 내에 근로감독관 배정과 조사 일정 안내가 이뤄집니다.
진정서를 넣기 전이나 작성 중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국번 없이 1350 고용노동부 고객센터에 전화해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 본인 사례가 임금체불에 해당하는지, 진정과 고소 중 어떤 방식이 적절한지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5. 진정 후 진행 절차와 근로자가 준비해야 할 점
진정서를 제출하면, 근로감독관이 배정되어 사건 조사를 시작합니다. 이후 대략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1) 근로감독관 배정 및 출석요청
진정이 접수되면 담당 근로감독관이 지정되고, 근로자와 사업주 양측에 출석요청서 또는 연락이 갑니다. 이때 요청된 날짜와 시간에 맞춰 출석해야 하며,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미리 연락해 조정할 수 있습니다.
2) 사실관계 조사
근로감독관은 근로자 진술을 듣고, 사업주에게 임금대장, 출근부, 급여지급내역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합니다. 필요하면 참고인을 불러 조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준비한 증거자료를 체계적으로 제출하면 체불 사실 인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3) 체불금품 확인 및 시정지시
조사 결과 임금체불이 인정되면, 근로감독관은 사업주에게 언제까지 얼마를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리거나 당사자 간 합의를 권고합니다.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지급하면 그 시점에서 사건이 종결됩니다.
4) 불이행 시 조치
사업주가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검찰로 송치되어 재판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처벌은 사업주 처벌이 목적이므로, 체불임금 지급을 강제로 끌어내기 위한 민사소송·지급명령 등 별도의 절차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가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진술 내용의 일관성입니다. 처음 진정서에 적은 내용, 상담 때 말한 내용, 조사에서의 진술이 서로 다르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문서·증거 위주의 주장입니다. “그냥 안 줍니다”보다는 “OO년 OO월분 급여 200만 원, 퇴직금 500만 원이 미지급”처럼 구체적으로 금액과 기간을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6. 진정으로도 못 받는다면? 추가로 고려할 수 있는 절차
대부분의 체불임금 사건은 노동청 단계에서 상당 부분 해결되지만, 모든 사건이 그렇게 깔끔하게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 사정이 극도로 나쁘거나, 사업주가 끝까지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추가 절차를 고민해야 합니다.
첫째, 민사소송·지급명령 신청입니다. 노동청 진정과 형사고소는 사업주 처벌과 시정지시가 중심이라, 실제로 체불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민사적으로 임금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체불액이 크지 않다면 소액사건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노무사·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둘째, 체당금·간이대지급금 제도입니다. 회사가 도산했거나 사실상 폐업 상태라 임금을 지급받기 어려운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가가 먼저 임금 일부를 지급해 주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구상하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회사 폐업했을 때 체불임금 받는 법”과 같이 별도 주제로 상세히 다루는 것이 좋을 만큼 내용이 복잡하므로, 여기서는 존재만 기억해 두고 관할 노동청이나 관련 안내 페이지를 통해 본인에게 해당되는지 확인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사건 진행 중이거나 결과에 불만족스러운 경우에도 국번 없이 1350 상담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무료 노동상담센터 등을 통해 추가 상담을 받아 대안을 점검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7. 소멸시효·실수 포인트 정리와 마무리
퇴사 후 체불임금 문제에서 가장 아쉬운 경우는, 받을 수 있었던 돈을 소멸시효 때문에 잃어버리는 상황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임금·퇴직금 채권은 일반적으로 3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며, 그 기간 동안 아무런 청구나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아예 청구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는 실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주겠지” 하면서 수년간 기다리다가 시효를 넘기는 경우
2) 체불액을 대충만 기억하고 구체적인 금액·기간을 정리하지 않아, 조사 과정에서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
3) 노동청 진정을 넣어두면 시효가 자동으로 중단된다고 착각하는 경우 (실제 시효 중단은 재판상 청구 등 별도 요건이 필요할 수 있어, 전문가 상담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체불임금을 조금이라도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받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퇴사 전후로 임금·근로시간·연차 사용 기록을 최대한 보존해 두는 것. 둘째, 체불이 발생했다면 일정 기간 내에 회사에 서면으로 정식 요구를 하고, 필요시 우체국 내용증명을 활용하는 것. 셋째,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적절한 시점에 노동청 진정을 통해 공식적인 절차를 개시하는 것입니다.
퇴사 후 임금이 밀린 상황은 감정적으로도 크게 소모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생각보다 근로자 편에 서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정리한 절차대로 체불임금 범위를 파악하고, 증거를 정리하고, 노동청 진정을 통해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것만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집니다.
지금 퇴사 후 임금이 들어오지 않아 불안하다면, 오늘 안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부터 시작해 보세요. 본인이 움직여야 체불임금도 움직입니다.
